세계경제대공항
- 가격 경쟁은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
전쟁으론 막대한 부를 축적한 B는 공장 설비를 확장했다. 더 많이 생산하면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 전쟁 후 세계 경제는 호황을 맞이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예전에 경험했던 문제가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다.
공장의 창고에 다시 구두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B는 문제의 원인을 알아보고자 안정적인 소비시장인 식민지에 직접 찾았갔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장은 포화 상태였다.
게다가 이곳 식민지에 경쟁 업체가 들어서 있었다. B는 고민에 빠졌고 우리는 처음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공급량을 줄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수요를 늘려야 하고 수요를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개적하는 방법이 역사를 제국주의로 이끌어 제1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되었던 모습을 확인했다.
그런데 더 이상의 시장 개척을 불가능해 보인다. 더 이상 새로운 식민지는 지구 상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 외부에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면 가장 좋아할 사람들을 부즈주아들일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이제 수요를 늘릴 두 번째 방법을 사용 할 자례가 왔다.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다.
B는 고심끝에 구두의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경쟁 업체보다 질 좋고 싸게 만들어야 시장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는 건 생각보다 쉬운 문제가 아니였다. 지금은 구두를 한 켤레 만원에 팔고 있는데, 한 켤레당 들어가는 비용은 재료비 삼천원 임대료 삼천원, 임금 삼천원, 이익이 천원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재료비와 공장유지비는 B의 마음대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B가 선택해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C1, C2, C3의 임증 삼천원과 자신의 이익 천원이다. 여기서 자신의 이익을 줄이는건 의미가 없다. 그래서 B는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의 능률이 가장 낮은 C1을 퇴출해서 임금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제 구두 가격은 구천원이 되었다. 한동안은 구두가 팔리는 것 같지만 얼마 있지않아 다시 구두가 안 팔리기 시작했다. 경쟁 업체가 구두 가격을 더 내려서 팔게된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위기는 B가 눈치채지 못한 시장의 다른 측면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수요의 감소로 상품의 가격을 낮춰야만 하는 상황은 사회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의 문제로 발생하고 있었고, 모든 산업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동자 해고 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문제는 노동자는 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것이다. 해고당한 노동자는 소비능력을 상실한 소비자와 동일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의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때 소비가 줄어든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공급량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고,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시 모든 사업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또 가격을 이하하기 위해서 노동자를 해고해야 하고, 해고된 노동자가 다시 소비 능력을 상실한 소비자가 되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사회는 경기침체의 하수구 속으로 회전하며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는 늘어갔고, 문을 닫는 공장과 기업들이 속출했다. 이 문제가 폭발한 것이 뉴욕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세계경제 전체를 무너뜨린 1929년의 세계 경제대공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