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술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기술의 원리와 절차를 이해하는 것은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에게도 힘든 일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모든 기술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는 기술 시스템(technological system)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 기술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기술 시스템(technological system)은 현대 기술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개별 기술이 네트워크로 결합해서 기술 시스템을 만드는 점은 과학에서는 볼 수 없는 기술의 독특한 특성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연관이 개별 기술들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보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서 산업혁명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은 광산에서 더 많은 석탄을 캐내기 위해서(광산 갱도에 고인 물을 더 효율적으로 퍼내기 위해서) 개발되었고 그 용도에 사용되었다. 증기기관이 광산에 응용되면서 석탄 생산이 늘었고, 공장은 수력 대신 석탄과 증기기관을 동력원으로 이용했다. 이제 광산과 도시의 공장을 연결해서 석탄을 수송하기 위한 새로운 운송 기술이 필요해졌으며, 철도는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킨 기술이었다. 이렇게 광산 기술, 증기기관, 공장, 운송기술이 발전하면서 서로 밀접히 연결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비슷한 발전을 철도와 전신의 경우에도 볼 수 있다. 철도와 전신은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한 기술이었지만 곧 서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우선 전신선이 철도를 따라 놓이면서, 철도 운행을 통제하는 일을 담당했다. 이렇게 철도 운행이 효율적으로 통제되면서, 전신은 곧 철도회사의 본부와 지부를 연결해서 상부의 명령이 하부로 효율적으로 전달되게 하는 역할을 했고, 이는 회사의 조직을 훨씬 더 크고 복잡하고, 위계적으로 만들었다. 철도회사는 전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전신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렇게 기술이 연결되어 시스템을 만든다는 점을 파악하고 ‘기술 시스템’이란 개념을 주장한 사람이 미국의 기술사학자 휴즈(Thomas Hughes)이다. 휴즈는 에디슨의 전력 시스템을 예로 들면서, 에디슨의 전력 시스템이 발전하는 과정을 일반화하여 기술 시스템의 특성을 일반화했다.
기술 시스템은 인공물의 집합체만이 아니라 회사, 투자회사, 법적 제도, 정치, 과학, 자연자원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 시스템에는 기술적인 것(the technical)과 사회적인 것(the social)이 결합해서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술 시스템은 사회기술시스템(sociotechnical system)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 기술 시스템의 발전 단계
기술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대략 4단계를 거쳐 발전한다.
1단계 : 발명, 개발, 혁신의 단계 | : | 기술 시스템이 탄생하고 성장 |
↓ | ||
2단계 : 기술 이전의 단계 | : | 성공적인 기술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 |
↓ | ||
3단계 : 기술 경쟁의 단계 | : | 기술 시스템 사이의 경쟁 |
↓ | ||
4단계 : 기술 공고화 단계 | : | 경쟁에서 승리한 기술시스템의 관성화 |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각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초기 발전을 추진하는 기술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에디슨과 같은 기술자들은 발명에도 능하고 동시에 사업에도 능한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이런 기술자들을 “발명가 겸 기업가”라고 부른다. 반면에 기술시스템의 경쟁 단계에서는 기업가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부상하며, 시스템이 공고해지면 자문 엔지니어와 금융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 기술혁신의 과정과 역할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상업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기술혁신의 전 과정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핵심적인 역할이 혁신에 참여하는 핵심 인력들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그 역할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 창안, 챔피언, 프로젝트 관리, 정보 수문장, 후원 등의 역할이다.
기술 혁신 과정 | 혁신 활동 | 필요한 자질과 능력 |
아이디어 창안 (idea generation) |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가능성을 검증 ․일을 수행하는 새로운 방법 고안 ․혁신적인 진보를 위한 탐색 |
․각 분야의 전문지식 ․추상화와 개념화 능력 ․새로운 분야의 일을 즐김 |
챔피언 (entrepreneuring or championing) |
․아이디어의 전파 ․혁신을 위한 자원 확보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헌신 |
․정력적이고 위험을 감수함 ․아이디어의 응용에 관심 |
프로젝트 관리 (project leading) |
․리더십 발휘 ․프로젝트의 기획 및 조직 ․프로젝트의 효과적인 진행 감독 |
․의사결정 능력 ․업무 수행 방법에 대한 지식 |
정보 수문장 (gate keeping) |
․조직외부의 정보를 내부 구성원들에게 전달 ․조직 내 정보원 기능 |
․높은 수준의 기술적 역량 ․원만한 대인 관계 능력 |
후원 (sponsoring or coaching) |
․혁신에 대한 격려와 안내 ․불필요한 제약에서 프로젝트 보호 ․혁신에 대한 자원 획득을 지원 |
․조직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 |
■ 기술적 실패 또는 실패한 기술
기술적 실패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고, 기술이 실패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실패에 다양한 유형이 있듯이 역으로 기술이 성공하는 데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고 다른 이유들이 있다. 혁신적인 기술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유동적인 것으로 만들어, 실패의 영역에서 성공의 영역으로 자신의 기술을 이동시킬 줄 안다.
실패 중에는 기술자들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에디슨식의 실패’가 있고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실패도 존재한다. 우리의 기술 문화는 지금까지 성공만을 목표로 달려온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모든 실패를 다 나쁜 것으로 보는데, 이것을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연구가 성공했다’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발생한다.
개개인은 연구 개발과 같이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항상 실패를 겪는다. 이러한 실패는 용서받을 수 있고, 오히려 바람직한 실패이다. 그렇지만 실패를 은폐하거나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실패를 은폐하다보면 실패가 계속 반복될 수 있고, 이러다보면 실패는 커다란 재앙을 낳기도 한다.
'NCS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NCS - 기술능력 워크북(5) (2) | 2022.06.17 |
---|---|
NCS - 기술능력 워크북(4) (0) | 2022.06.15 |
NCS - 기술능력 워크북(2) (0) | 2022.06.10 |
NCS - 기술능력 워크북(1) (0) | 2022.06.08 |
NCS - 정보능력 워크북(5) (0) | 2022.06.06 |